국회입법조사처 "국내 비거주 외국인 부동산 취득규제‧과세강화 필요"외국인 보유 부동산 17.7% 경기도에, 11.4조는 서울… 알짜배기땅 집중투자중국국적 부동산 보유면적 10년새 6배↑…신고제 도입, 투기세 부과해야
  • 국내 부동산을 취득한 외국인이 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이 부동산가격 상승의 원인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일정부분 규제와 과세 형평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외국인 국내 부동산 취득 관련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건수는 2007년 6266건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2만6062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만3506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올해 8월까지 1만7365건을 기록해 지난해 월평균 거래건수를 넘어섰다.

    외국인 국내 토지 소유면적은 248.7㎢로 전체 국토의 0.2% 정도에 그치고, 최근 10년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순수 외국인의 보유면적은  2010년에는 9.6㎢에서 지난해 19.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교포들이 대다수였던 부동산 거래 유형이 순수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으로 국내 부동산에 외국 투기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국적별로 보면 중국 국적의 부동산 보유면적은 2010년 3.1㎢에서 지난해 19.3㎢로 6배 이상 증가했다.

    면적으로 보면 외국인 보유 부동산 비중이 높다고 할 순 없지만, 지역과 부동산 가격을 감안하면 비율은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외국인 보유 부동산 중 17.7%(43.9㎢)는 경기도로 나타났고,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서울이 11조4175억원(37%)으로 투자집중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알짜배기 땅을 대상으로 외국인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 ▲ 외국인의 연도별 토지 거래현황(단위 : 필지)ⓒ국회입법조사처
    ▲ 외국인의 연도별 토지 거래현황(단위 : 필지)ⓒ국회입법조사처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자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에 적정한 규제와 과세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때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를 도입한다거나, 국내 부동산 취득에 대한 차등 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이 주택을 구입할 때 정부로부터 사잔 구입 승인을 받도록 하고, 취득세는 20% 추가해 부과하고 있다. 홍콩은 비영주권자가 주거용 부동산을 매수할 때 종가취득세와 매수자취득세를 각각 15% 부과한다. 외국인 홍콩에서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하면 부동산 가격의 3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캐나다는 주마다 세금 규정이 다르지만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는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이 밴쿠버 등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부동산 가격의 20%를 취득세로 부과한다. 또 온타리오(Ontario)주는 광역 토론토 지역에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 외에 비거주자 투기세(Non-resident Speculation Tax) 15%를 추가로 부과한다.

    호주는 외국인 투자 심의 위원회(Foreign Investment and Review Board, FIRB)의 승인을 받아야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으며, 신축 주택만 구입이 가능하고 기존 주택은 살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내 비거주 외국인도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신고를 제외하면 내국인과 동일한 절차와 세금만 내면 부동산 취득이 가능하다.  비거주 외국인의 투기성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입법조사처는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부동산 취득 현황에 대한 실태파악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가통계포털에는 외국인 토지 보유현황, 외국인 토지 거래현황 및 외국인 건축물 거래현황만을 개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부동산 취득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투기성 부동산 취득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건축물 용도별 외국인 부동산취득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및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법조사처는 강조했다.

    또 원칙적으로 국내 거주자에게만 과세하는 소득세법 탓에 해외 거주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과세가 어려운 점도 개선돼야 할 문제로 제기됐다. 외국인의 무분별한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한 지방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국적에 따른 소득세 등의 차별적 적용은 OECD 모델조세협약 등에 규정된 차별금지조항을 위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법조사처는 제언했다.

    김세현 국회입법조사관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에 대한 투기성 매매를 방지하고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시장에 대한 현황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외교상 상호주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